
매년 5월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발표합니다. 흔히 "재계 서열"이라고 부르는 순위가 여기서 나옵니다. 2026년 지정 결과는 2026년 5월 1일자 기준이며,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인 102개 집단이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이 중 12조 원 이상인 47개 집단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됐습니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이 100개를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상위 10대 그룹의 자산총액을 전년과 비교해 어디가 커지고 어디가 멈췄는지 데이터로 살펴보겠습니다. 수치는 모두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결과 원자료 기준입니다.
## 1. 2026년 10대 그룹 자산총액 순위
괄호 안은 2025년 대비 증감입니다.
- 1위 삼성 — 695조 7,850억 원 (+106조 6,714억, +18.1%) / 계열사 67개
- 2위 SK — 421조 9,786억 원 (+59조 167억, +16.3%) / 계열사 151개
- 3위 현대자동차 — 320조 8,453억 원 (+14조 2,280억, +4.6%) / 계열사 74개
- 4위 LG — 186조 2,786억 원 (+2,141억, +0.1%) / 계열사 63개
- 5위 한화 — 149조 6,055억 원 (+23조 8,644억, +19.0%) / 계열사 116개
- 6위 롯데 — 142조 4,203억 원 (-8,962억, -0.6%) / 계열사 98개
- 7위 포스코 — 140조 5,843억 원 (+2조 7,685억, +2.0%) / 계열사 51개
- 8위 HD현대 — 89조 1,798억 원 (+4,599억, +0.5%) / 계열사 29개
- 9위 농협 — 83조 5,044억 원 (+3조 4,452억, +4.3%) / 계열사 58개
- 10위 GS — 80조 4,230억 원 (+1조 1,058억, +1.4%) / 계열사 104개
<출처: 공정거래위원회, 2026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2026.5.1. 기준)>
## 2. 순위 변동 - 한화가 두 계단 올라 5위
이번 지정에서 상위권 순위가 바뀐 곳은 세 군데입니다.
- 한화: 7위 → 5위 (2계단 상승)
- 롯데: 5위 → 6위 (1계단 하락)
- 포스코: 6위 → 7위 (1계단 하락)
한화의 자산총액은 1년 사이 23조 8,644억 원 늘었습니다. 증가율 19.0%로 10대 그룹 중 가장 높습니다. 방산과 조선 부문의 수주 확대가 자산 증가로 이어진 결과로 해석됩니다. 반면 롯데는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자산총액이 줄었고(-8,962억 원), 포스코는 2.0% 증가에 그치면서 한화에 자리를 내줬습니다.
주목할 부분은 격차입니다. 4위 LG와 5위 한화의 자산 차이는 2025년 60조 3,234억 원에서 2026년 36조 6,731억 원으로 좁혀졌습니다. LG가 0.1% 증가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한 사이 한화가 19% 늘었기 때문입니다.
6위 롯데와 7위 포스코의 차이는 1조 8,360억 원에 불과합니다. 두 그룹 모두 자산 규모가 140조 원대에 몰려 있어, 다음 지정에서 순위가 다시 뒤집힐 가능성이 있는 구간입니다.
## 3. 증가분의 절반은 삼성과 SK에서 나왔다
102개 집단 전체 자산총액은 3,301조 8,000억 원에서 3,669조 5,000억 원으로 367조 7,000억 원(+11.1%) 늘었습니다.
이 증가분 중 삼성(+106조 6,714억)과 SK(+59조 167억) 두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이 165조 6,881억 원, 약 45%입니다. 두 곳이 전체 증가분의 절반 가까이를 만들어낸 셈입니다. 반도체 업황과 AI 인프라 투자가 자산 규모에 그대로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매출액에서도 같은 흐름이 보입니다. 비금융·보험 집단 기준 매출액은 2,007조 7,000억 원에서 2,095조 2,000억 원으로 87조 5,000억 원(+4.4%) 증가했는데, 증가폭 상위는 SK(+34조 3,000억), 삼성(+24조 9,000억), 쿠팡(+9조 1,000억) 순입니다. 반대로 포스코(-7조 4,000억), GS(-4조 8,000억), LG(-4조 2,000억)는 매출이 줄었습니다.
당기순이익은 113조 원에서 156조 8,000억 원으로 43조 8,000억 원(+38.8%) 늘었습니다. 자산 증가율(11.1%)이나 매출 증가율(4.4%)보다 훨씬 가파릅니다.
## 4. 경제력 집중도는 어떻게 바뀌었나
상위 몇 개 집단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흐름이 더 명확해집니다.
- 자산총액 기준 상위 5개 집단 비중: 48.1% → 48.4%
- 자산총액 기준 상위 10개 집단 비중: 63.6% → 63.0%
- 매출액 기준 상위 5개 집단 비중: 52.4% → 51.4%
- 매출액 기준 상위 10개 집단 비중: 67.6% → 66.6%
상위 5개 집단의 자산 비중은 소폭 올랐지만, 상위 10개로 넓히면 오히려 떨어졌습니다. 6~10위 그룹의 자산 증가율이 전체 평균(11.1%)에 못 미쳤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롯데·포스코·HD현대·GS는 모두 증가율이 2% 이하였습니다. 위쪽 소수 그룹으로 쏠림이 더 심해지는 구조입니다.
참고로 상위 10개 집단의 자산 합계는 2,310조 6,000억 원 수준으로, 지정 집단 102개 전체 자산의 약 63%에 해당합니다. 이 비중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별도로 발표한 값이 아니라 지정 결과 원자료를 합산해 계산한 값입니다.
## 5. 그 밖의 변화
- 신규 지정 11개 집단: 라인, 한국교직원공제회, 웅진, 쉴더스, 대명화학, 토스(비바리퍼블리카), 한국콜마, 희성, 오리온, QCP그룹, 일진글로벌
- 지정 제외: 영원(자산총액 5조 원 미만으로 감소)
-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신규 편입: 교보생명보험(47위 → 42위), 다우키움(49위 → 47위)
- 순위 상승폭이 큰 집단: 태광(59위 → 48위), 소노인터내셔널(64위 → 52위), 한국항공우주산업(62위 → 53위)
- 동일인 변경: 중흥건설(정창선 → 정원주), 쿠팡(법인 → 김범석)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기준인 12조 원은 직전 연도 명목 GDP 확정치(2,408조 7,000억 원)의 0.5%를 적용한 금액입니다. GDP가 커지면 기준선도 함께 올라가는 구조라, 같은 자산 규모를 유지해도 규제 대상에서 빠질 수 있습니다.
## 요약
- 상위 4개 그룹(삼성·SK·현대차·LG) 순위는 그대로지만, 그 안에서 증가율은 삼성 18.1%, SK 16.3%, 현대차 4.6%, LG 0.1%로 크게 갈렸습니다.
- 한화가 19.0% 증가로 7위에서 5위로 올라섰습니다. 10대 그룹 중 증가율 1위입니다.
- 롯데는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자산이 줄어 6위로 내려앉았고, 7위 포스코와의 격차는 1조 8,000억 원대입니다.
- 전체 자산 증가분 367조 7,000억 원의 약 45%가 삼성과 SK 두 그룹에서 나왔습니다.
- 공시대상기업집단은 102개로 처음 100개를 넘었고, 소속회사는 3,538개입니다.
숫자만 놓고 보면 2026년 재계 지형의 핵심 축은 두 가지입니다. 반도체·AI가 상위 2개 그룹을 밀어 올렸고, 방산·조선이 한화를 5위로 끌어올렸습니다. 내수·유통·철강 비중이 큰 그룹은 같은 기간 제자리이거나 뒤로 밀렸습니다.
태그: 재계서열, 대기업집단, 공정거래위원회, 자산총액